출처 : 1만 시간의 법칙, 이상훈, 위즈덤하우스
지식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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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 출전한 프랑스의 장 방드발드는 마지막 홀을 남겨두고 3타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프로 대회에서 마지막 홀의 3타란 기적 없이는 뒤집히기 힘든 점수다. 브리티시오픈은 세계 남자 4대 메이저골프대회의 하나로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상금도 많아 우승자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차지할 수 있다. 발드 역시 한 홀만 끝내면 일약 스타로 부상하고 인생역전을 일굴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클럽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를 과도하게 의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긴장하다 보니 스윙 자세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18홀의 첫 타에서 실수를 범했다. 공은 빗맞아 날았고 코스를 벗어나 러프에 빠졌다. 첫 번째 스윙 실수는 두 번째 스윙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스윙 각도와 몸의 자세를 계산, 또 계산했지만 그만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고 말았다. 또다시 빗맞은 공은 이번에는 풀밭 깊숙이 떨어졌다. 연거푸 이어진실수로 긴장이 극도로 치달은 발드는 세 번째 스윙에서는 공을 연못 속에 빠드리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트리플보기로 18홀을 겨우 마쳤다. 벌어놨던 3타를 까먹는 바람에 2위 선수와 동점이 된 그는 연장전에 나섰지만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 스윙이 흔들렸고 결국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스윙에 대한 너무 많은 지식과 실수의 기억이 겹쳐져 17홀까지의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이 경기는 '메이저 사상 최악의 역전패'로 기록돼 있다.
지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강심장이 돼야 한다. 어떤 순간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베짱을 가졌다면 흐트러질 일이 없다. 강심장을 타고났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가슴부터 뛰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하지만 보디빌더가 근육을 키우듯 선천적으로 소심한 심장을 가졌더라도 오랜 연습을 거치면 강건한 심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고 이를 감당하는 훈련을 반복해 긴장의 상황을 '루틴'한 상황으로 만들면 된다.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는 지식의 함정을 보란 듯이 피해간 사례다. 당시 김연아는 평소와 달리 경기에서 큰 실수를 했다. 프로그램에 예정됐던 초반 '트리플 플립 점프'를 아예 시도하지도 못했다. 앞서 많은 선수가 경기를 치르다 보니 빙판 곳곳이 패여 있었고 스케이트 날이 이 틈에 걸리면서 점프 타이밍을 놓치고 만 것이다. 트리플 플립 점프는 기본점수 5.5점이 걸린 연기다. 한 점 차이로 승부가 갈릴 수도 잇는 여자 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5.5점이란 자칫 시합을 포기할 마음이 들게 만드는 점수였다. 더구나 초반에 나온 실수니 이후 연기 부담은 더 컸다. 실수의 기억이 장기 전체를 망칠 수도 있었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김연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유사한 경험을 숱하게 했던 덕분이었다. 트리플 플립 점프를 놓친 순간 그는 '스리턴에서 점프를 시도하다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점프는 하지 못했어도 다른 연기로 만회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빙판에 설 때마다 점수에 신경을 쓰는 대신 연기에 집중하는 태도가 배어 있었던 덕분이었다. 김연아는 언제 실수를 했냐는 듯 연기에 집중했고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5점이라는 큰 점수를 잃고 나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연기를 해낸 덕분이었다. 연습을 통해 위기의 순간을 루틴으로 만든 강심장이 그 저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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